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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요리

재송시장 로컬 맛집 아지매 손칼국수

by 미미로드 2023. 3. 13.

부끄럽지만 모처럼 술병이 났지 말입니다. 이틀 동안 힘들었습니다. 술병이 났을 때, 쓰린 속을 부여잡고 달려가는 곳이 있는데요. 저는 속이 따갑고 위장이 허할 때, 들깨 수제비를 먹으면 신기하게도 진정이 되더라고요. 저만의 힐링 푸드랄까요. 해운대구 재송동 로컬 맛집이자 들깨 수제비 맛집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아지매 손칼국수 전경 및 주차 공간

주차 공간과 입구 사진

해운대구 재송동에는 숨은 맛집이 더러 있는데요. 오늘은 재송시장 상가 건물 내 아지매 손칼국수를 소개해드립니다.  여기는 동네 시장에 장 보러 갔다 우연히 들른 곳이었습니다. 수더분한 외관에서 느껴지듯이 인터넷으로 검색해도 딱히 정보가 없는, 동네 사람들이 오가다 들르는 찐로컬 식당이에요. 사실 처음에 몇 번 방문했을 때는 특별하게 맛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널리 소문이 날 만큼 놀라운 맛은 아니지만, 가깝고 저렴해서 부담 없이 편하게 종종 가던 그런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째 가다 보니, 갈 때마다 늘 한결같음이 어느 순간 특별하게 느껴지더군요. 처음에는 감탄을 자아내며 훌륭했던 맛집도 다음번에 방문하면 안타깝게 변질되어 실망한 경험이 여러 번 있기 때문일 겁니다. 식당에 언제 방문하든 기억하던 그 맛 그대로 변함없는 맛을 내어주는 것이 대단한 일이 아닐지라도 저로서는 감사한 일입니다. 그 기억은 곧 추억이 되고 그렇게 잊을 수 없는 맛이 되니까요. 어릴 적 소중했던 추억의 맛집들이 점점 사라져 가는 가운데 말이죠. 다시 가게 정보로 돌아와서, 주차 공간은 가게 앞에 있으나, 협소하여 바로 근처 공영 주차장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식사 후에 말씀드리면 주차권을 따로 주시더라고요. 

 

아지매 손칼국수 내부 및 메뉴

내부 사진과 메뉴판

내부는 넓지 않으나 간편하게 칼국수 한 그릇 먹기에 좁지도 않습니다. 적당한 간격을 두고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좌식 테이블 네 개, 입식 테이블 두 개 해서 테이블이 총 여섯 개 있습니다. 주말에는 만석인 공간인데 2시쯤에 방문했을 때 잠시 한가한 틈을 타 내부 공간을 찍었습니다만, 곧 다시 만석이 되었습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앉아서 식사하는 좌식 테이블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나, 날이 추울 때는 따끈하게 데워진 장판이 그립기도 해요.  양반 다리로 오래 앉아 식사하기에는 불편하지만, 비교적 빨리 식사할 수 있는 메뉴인 분식류는 괜찮아서 좌식 자리에 앉았습니다. 대표 메뉴인 칼국수와 수제비, 국수, 김밥 등의 메뉴가 있습니다. 몇 년째 꾸준히 들르면서 도장 깨기라고 할까요. 전메뉴를 다 맛보았습니다. 하나가 맛있으니, 다른 메뉴도 궁금하고 해서 다 맛보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즐겨 주문하는 메뉴는 김밥, 들깨 수제비, 찹쌀 수제비, 비빔밥, 칼국수입니다. 물론 다른 메뉴들도 빠짐없이 맛있습니다. 몇 년 전 처음 방문했을 때보다 가격이 소폭 인상되었으나, 여전히 아주 저렴한 가격입니다. 

 

주문한 메뉴 사진 (들깨 수제비와 김밥)

메뉴 전체 사진과 들깨 수제비

들깨 수제비와 김밥을 세줄을 주문했습니다. 여기는 특이한 점이 메뉴를 반반씩 나눠서 내어주세요. 애매한 김밥 세줄도 확실히 반으로 나눠 주시고요. 싸우지 말라고요. 둘이 먹다 하나 서운할 일은 없겠어요. 코시국 때부터 이렇게 주셨는데, 확산세가 잦아든 현재에도 쭉 이렇게 음식을 따로 내어 주시더라고요. 이게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수고롭기도 하고 설거지 거리가 늘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 텐데요. 밑반찬까지 따로 담아 주시고 포장된 수저를 내어 주시는 것을 미루어 보아 사장님이 위생에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 같아요.  입식 자리에서 보면 주방 내부가 훤히 보이는데 진정한 오픈 키친이에요. 들깨 수제비와 김밥은 아지매 손칼국수에서 저의 최애 메뉴인데요. 들깨 수제비를 워낙 좋아해서 이곳저곳 찾아서 한창 먹으러 다녔어요. 식당마다 그 맛이 다른데, 간혹 단맛이 나거나 느끼한 맛이 나는 들깨 수제비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여기는 딱 고소한 맛이 나는 들깨 수제비라 즐겨 먹습니다. 국물이 아주 깊고 묵직한 편은 아니지만, 적당히 걸쭉하고 담백해서 들깨 수제비를 처음 드시는 분도 부담 없이 드실 수 있을 거예요. 대체로 두껍지 않은 반죽이고, 손으로 직접 떠 넣어서 크기와 두께가 제각각이라 식감이 재밌습니다. 밑반찬으로 청양고추를 잘게 썰어 내어 주시는데, 수제비에 넣어 먹으면 느끼함 없이 맛있게 식사할 수 있어요. 

 

주문한 메뉴와 밑반찬 상세 사진

김밥과 밑반찬 사진

요즘에 프리미엄 김밥이다 명품 김밥이다 하면서 김밥 한 줄의 가격이 5천 원이 훌쩍 넘더라고요. 여기 시대를 역행하는 가격의 김밥이 있습니다. 빠진 것 없이 다 들어가 있으면서 맛 좋은 김밥이 십 년 전 가격 그대로 2천 원입니다. 큼직하고 화려한 김밥도 좋지만, 이렇게 한입에 쏙 들어오면서도 알찬 김밥이 당길 때가 있더군요. 어린 시절 소풍 갈 적에 엄마가 새벽부터 일어나서 싸놓으셨던 김밥 같아서 정겹습니다. 김밥은 끝부분이, 일명 꼬다리가 제일 맛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꼬다리 서로 먹으려고 싸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앞서 말했듯이 공평하게 반반씩 나눠 주셨으니까요. 여기는 메인 메뉴들뿐만 아니라 밑반찬인 잘 익은 깍두기와 고추 장아찌가 맛있어서 자꾸 젓가락이 갑니다. 특히나 매콤 새콤 달콤한 맛의 비율이 적절한 이 고추 장아찌가 별미라, 쓰린 속을 달래려고 들깨 수제비 먹으러 가서 매운 고추를 한가득 집어먹고 왔네요. 언젠가 이 고추 장아찌의 레시피를 사장님께 여쭈어보면 제게 알려주실까요? 알려주신다면 대대손손 물려줘야겠어요. 너무 맛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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